108
Sound video installation, Max/MSP, 2010

Photo © Le Fresnoy - Studio National des Arts Contempora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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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Le Fresnoy - Studio National des Arts Contemporains
108
Sound video installation, Max/MSP, 2010
한국인 아티스트이자 비디오 작가인 이희원의 작품은 드물게 강력한 매혹의 힘을 지니고 있다. 설치작업 '108'는 날카로운 미학적 언어와 기술적 수단은 언제나 시적 차원을 위해 존재하며, 모든 제작 과정을 잊게 하고 작품이 지닌 명확함과 신비로움에 집중하게 만든다. 같은 세대의 작가들 중에서도 이희원의 작업처럼 이렇게 정확하고 새로운 인상을 주는 경우는 드물며, 동시대 영상 기법을 다룰 때 흔히 발생하는 무의미함이나 장식성으로 약해지지 않는다. 이희원의 작품에는 필연성과 은총이 동시에 깃들어 있다. _알랭 플레셰르(작가, 예술가, 르 프레느와 — 프랑스 국립현대예술스튜디오 디렉터)
텍스트의 각 기호(알파벳)와 연결된 108개의 뮤직박스 소리가 문자의 가독성에 파열을 가한다. ‘버림받은’ 기억을 품은 텍스트는 해독되기를 거부한다. 대신 감각을 통해 몸으로 공유되길 원한다. _오사라(큐레이터)
108 설치작품을 마침내 마주했을 때, 나는 다시금 이희원 작가의 창작에서 느껴지는 엄격함과 섬세함에 깊이 매료되었다.
108은 여러 층위로 펼쳐지지만, 그 층위들은 이상하리만큼 분리되어 보인다.
스크린과 박스라는 순수한 형태의 조각은 다시 한 번 군집을 품는다 — 이번에는 스크린 위에 떠도는 소리와 문자들의 군집이다.
작은 뮤직박스들이 이루는 매트릭스의 움직임, 그리고 그에 따라 공중으로 흘러가는 문자와 소리의 흐름은 어떤 상호작용의 결과가 아니다.
그 움직임을 유발하는 것은 관객이 아니다.
108의 비상호작용성은 관객을 같은 방향으로만 이끌려는 강박에서 해방시킨다 — 작품의 비밀을 신체적으로 혹은 놀이처럼 조작하며 풀어내려는 시도에서 말이다.
이 비밀은 종종 ‘작품이 어떻게 작동하는가’를 파악하는 것으로 오해되곤 한다. 하지만 이 ‘작동 원리’는 미디어 아트 페어의 패널에서나 논의될 뿐, 예술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불우한 환경에 놓인 아이들의 진술이 문장마다 화면에 차례로 떠오른다 — 마치 작은 장난감 같은 뮤직박스에서 흘러나오는 듯한 글자들이 위로 흐르며 형상을 만든다.
이 진술들은 조용하고 담담하다. 소란스레 충격을 주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시적이며 작품 전체처럼 다정하다.
그러나 108이 품은 아름다움과 부드러움은 우리를 얇은 얼음 위로 이끈다.
읽고, 보고, 듣는 순간, 우리는 잠깐이나마 우리가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 — 그리고 이 문장들이 들려주는 세계와 비교해 얼마나 깊은 심연인지 — 깨닫게 된다.
이 문장들 중 일부는 우리가 와인잔을 들고 전시장을 거닐며 읽고 있을 즈음, 이미 세상을 떠난 아이들의 목소리일 수도 있다.
이희원의 작업은 절제되어 있고 꼼꼼하다. 다정하고 거의 침묵에 가깝다. 순수하고 깊으며 신비롭다. _울프 랑하인리히(예술가)
텍스트(일부)
나는 부모를 한 번도 알아본 적이 없다. 그들을 본 적도 없다. 나는 아무것도 전혀 모른다. (G.E)
공식적으로 나는 아버지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나를 버린 어머니에게서 태어났다. (G.M)
나는 아무에게도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나를 낳아준 이들에게도, 보 주 정부(보 주는 스위스의 주 이름)에도, 누구에게도 아니었다. 그 시절 내 삶에 남아 있는 것은 완전한 고독과 완전한 버려짐뿐이다. (G.M)
하지만 현실은 그랬다. 사람들은 매우 차가웠다. 우리는 그들 중 하나가 아니었다. 내가 그 사람들에게 입양되지 못했을 때, 그들은 내게 말했다. “너는 내 피가 아니다! 그걸 주장할 수 없어!” 나는 원한 적도 없었다. 나는 누구에게도 속하지 않았다. (G.M)
고아란, 끊임없이 시들어가며 우는 꽃이다. 눈물을 머금은 꽃이다. (J.-L.C)
크레딧
구상 및 연출: 이희원
컴퓨터 프로그래밍: 밥 티스트 드라 고흐스(Baptiste de La Gorce)
기술/전기: 프랑시스 브하(Françis Bras, Interface Z)
텍스트 발췌: 『희생된 어린 시절(Enfance sacrifiée)』, 1930–1970년 아동 보호시설에 수용된 아이들의 증언, Genevieve Heller, Peter et Cécile Avvanzino Lacharme 저, 2005, EESP 저널 발간 (품절, www.eesp.ch 에서 다운로드 가능)
© 2010 이희원, Le Fresnoy – Studio National des Arts Contempora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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